[談談한 만남] 세탁업 패러다임 바꾼다…송봉옥 유니룩스 대표의 당찬 출사표
2001년 설립한 중견 세탁장비 유통기업
유럽 하이엔드 브랜드 프리머스 공식 수입처
1세대 셀프빨래방 크린업24, 신모델로 새 도약 목표
상업용 세탁기 유통과 셀프빨래방 사업을 전개하는 유니룩스는 올해 토털 세탁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는 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여 세탁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김두홍 기자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경기 고양시 행신동에는 유니룩스 본사 사옥이자 미래형 세탁 서비스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전초기지가 자리한다. 셀프빨래방과 세탁전문점, 그리고 무인카페가 결합된 이곳은 지역민들 사이 소문난 토털 세탁 서비스 시설이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시원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빨랫감을 기다리거나 큰 쇼핑백에 빨래를 담아 오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는 2001년 이곳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가전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상업용 세탁기 유통을 시작했고, 2005년에는 셀프빨래방 크린업24를 론칭했다. 지금도 두 사업을 투 트랙으로 전개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지하 1층에서 1인 사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이 건물 전체를 쓰는 중견 규모의 기업이 됐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송 대표는 “창업 초기 9인승 승합차를 타고 다니면서 언젠가 직원이 9명 있는 회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는데,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영업, 마케팅, 기술, 경영전략팀으로 조직된 회사로 성장해 뿌듯하다”며 웃었다.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가 경기 고양시 유니룩스 사옥에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IMF 실업 후 창업 성공신화
송 대표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모험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밀레코리아에서 독일 가전 밀레 제품을 수입하는 업무를 5년 정도 하다가 IMF 시절 구조조정을 겪었다.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겪은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경험을 살려 상업용 세탁장비 유통 사업을 시작했고, 재미를 붙였다. 2005년에는 크린업24를 론칭했다. 국내에서는 셀프빨래방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빨래는 쨍쨍한 햇빛에 말리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송 대표는 “셀프빨래방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50년 넘게 자리잡은 안정적인 사업 모델이었지만, 국내에는 가정용 세탁기 보급률이 워낙 높다 보니 과연 시장성이 있을지 회의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모델샵을 열어 살펴본 결과, 예상외로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단순한 생활 빨래는 물론 대형 이불, 커튼 같은 대용량 세탁물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송 대표는 “황사, 미세먼지 등 환경 요인과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핵가족의 증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24시간 세탁하길 바라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셀프빨래방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관점에서만 수요가 높아진 게 아니었다. 부업으로 크린업24 창업을 선택한 이들이 문을 두드렸다. 한창 붐이 일었을 때 크린업24는 한 달에 38개, 즉 하루에 1~2개씩 매장을 열었다. 송 대표는 “1억원 내외의 투자금으로 무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월급만으로 부족함을 느끼던 많은 직장인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이는 빠른 외형 성장을 견인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크린업24는 전국에 55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협력업체를 통해 개설된 셀프빨래방까지 포함하면 매장 수는 1500개를 넘어선다. 송 대표는 “국내 상업용 세탁장비 업계에서는 단연 최대 규모”라고 자부했다.
크린업24 셀프빨래방은 전국 550여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유니룩스 제공
◆토털 세탁 솔루션 기업으로…신모델 하반기 론칭
크린업24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넥스트 레벨을 꿈꾸고 있다. 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세탁 관련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신사업 모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개발에 2~3년을 쏟아부었으며, 올 하반기 론칭 예정이다. 회사가 올해의 슬로건을 ‘토털 세탁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자’로 정한 이유다.
송 대표는 “크린업24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 빨래방의 틀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양적 확장이 아닌, 브랜드 가치와 운영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성장의 무게중심을 옮기려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어 “신사업 모델은 신규 창업자뿐 아니라 기존 가맹점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브랜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모델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드라이클리닝 접수 키오스크와 천장에 설치된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컨베이어 시스템에만 3가지 특허가 적용돼 있다. 빨랫감을 맡기고 찾는 것이 무인으로 이뤄지며, 이 외에 다양한 세탁 관련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유니룩스는 신사업을 통해 세탁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2023년 연구개발전담부서를 설립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사업 진출과 성장을 위한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세탁산업은 최근 몇 년 새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셀프빨래방만 놓고 보면 1인 가구의 증가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의복 트렌드 변화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송 대표는 “예전에는 출퇴근 복장이 정장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정장보다 캐주얼 복장이 일반적이다. 또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져 두꺼운 다운패딩이나 털 달린 옷을 입는 시즌이 짧아졌다”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동네 세탁소들은 수익을 내기 어렵고, 결국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는 그다. 송 대표는 최근 세탁산업이 생활서비스와 융합된 복합매장으로 변화하는 점에 주목했다.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길 원하는 점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송 대표는 “과거에는 단순히 세탁이라는 기능 중심의 매장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편의, 체험 요소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무인이라는 점만으로는 눈길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기술이 접목된 무인 복합매장 모델은 앞으로 세탁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며 “유니룩스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했으며, 토탈 세탁 솔루션 대표기업으로서 세탁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유니룩스는 유럽 하이엔드 브랜드 프리머스 세탁기의 공식수입판매원이다.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가 프리머스 세탁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유럽 하이엔드 세탁장비 프리머스 공식 수입
크린업24에는 프리머스(PRIMUS) 세탁기가 설치돼있다. 세탁용량에 따라 도어 색깔을 다르게 칠해 소비자들은 더욱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뽀송하게 말려주는 세정력과 건조력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프리머스는 상업용 세탁장비 부문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얼라이언스 그룹(Alliance Laundry Systems Group)의 100년 전통 유럽 하이엔드 브랜드다. 유니룩스는 이 브랜드의 공식수입판매원으로 정식 수입 라이센스를 갖고 있다. 성실하게 해외 세탁장비 업체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신뢰를 쌓은 것이 주효했다.
송 대표는 “사업 초기 유니룩스는 미국 세탁장비 업체 메이텍의 한국 내 공식 판매를 맡았는데, 이 회사가 수차례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이때 프리머스를 인수한 미국 얼라이언스 그룹 측에서 유니룩스에 한국 내 판매권을 제안하면서 제품을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니룩스는 이밖에 LG 상업용 세탁장비 공식 판매전문점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유니룩스가 국내 유통하는 프리머스 세탁장비는 크린업24와 같은 셀프빨래방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송 대표는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는 헬스클럽이나 미용실처럼 수건을 자주 사용하는 업장에서 건조기 수요가 많았다”며 “이후 호텔∙리조트 등 일반 업소를 대상으로 한 일반판매사업, 대형 건설사 공용세탁실을 대상으로 한 건설특판영업, 학교∙병원∙기숙사 등 대용량 세탁장비 시설이 필요한 영업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고급 아파트들이 입주민 편의를 위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유니룩스는 2003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20여년간 국내 100여곳의 주요 건설사 주상복합 아파트, 일반 아파트, 오피스텔, 행복주택 등에 세탁장비를 공급하며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송 대표는 “1군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에는 유니룩스가 유통하는 장비 중에서도 가장 좋은 제품이 들어간다. 자동차 한 대와 맞먹는 프리미엄 모델”이라며 “유니룩스는 제품력으로 인정받으며,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대형 건설사들과도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유니룩스는 이처럼 25년간 쌓아온 다양한 현장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25년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업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